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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논쟁적인 주제를 다뤄야할 듯 합니다. 사실 이런 논쟁에는 익숙한 편이지만, 그래도 논쟁 자체는 언제나 불편합니다. 좋은게 좋은거라고, 논쟁적인 주제는 그저 무시하는 게 제일 속 편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오늘내내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자주 등장하는 글이라 그 파급력을 무시할 수 없는 듯 하여 급하게 반론 글을 써봅니다. 급하게 쓴 글은 항상 문제가 있는 법이라, 좀 논리가 거칠더라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논쟁을 촉발시킨 글은 미국 Technology Review에 올라온 "Why Publishers Don't Like Apps"이라는 기사입니다. 아마 아이폰/아이패드용 잡지 앱을 제작해 본 경험을 토대로 출판사 관계자가 쓴 글인 듯 싶습니다. 한글 번역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원문은 읽지 않았고 번역본만을 읽어봤습니다. 한글 번역본의 제목은 "출판사 앱-모델의 실패"라는 좀 더 직설적인 표현을 썼더군요.


이 글의 논리에 따르면 출판사의 앱-모델이 실패한 이유를 다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아이폰/아이패드 앱의 구독 모델은 애플에 30%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2) 아이폰/아이패드 잡지 앱을 만들기 위해 아이패드 가로/세로 버전을 포함하여 여러 버전의 편집을 해야 한다. 

(3) 잡지 앱 기사 내에 하이퍼링크를 걸 수도 없었다. (혹은 웹 상에서 앱 내의 기사로 하이퍼링크를 걸 수 없었다?)


이런 잡지 앱을 만드는데 한화로 약 1억 5천만원 정도가 들었고, 비용대비 매출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이제 더 이상 잡지 앱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는 게 논지의 핵심인 듯 합니다.


사실 위의 이유들은 한문장으로 요약됩니다.


"만들기는 어렵고 돈은 많이 드는데, 품질은 그닥 맘에 들지 않는다."


왜 이러는걸까요? 왜 이처럼 어렵게 앱을 만들어 왔던 걸까요?  사실 (1)번 문제는 그동안 많은 논쟁이 있었으니, 이 글에서는 (2), (3)번 문제를 한번 파 보겠습니다.


(2)번 문제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는 출판 관계자 분이 계시다면 우선 그동안 고생이 심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2)번 문제는 앱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fixed layout"의 편집 방식에 대한 문제입니다. 잡지는 디자인 레이아웃이 중요한 매체이기 때문에 그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해 한땀 한땀 편집을 했으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편집의 기본 가정은 디바이스의 해상도가 미리 정해져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이 바로 "fixed layout" 입니다. 어도비 솔루션이나 인디자인, 혹은 iBooks Author 등의 저작도구는 기본적으로 "fixed layout"만을 지원합니다. 디자이너들이 편집 툴에서 해상도를 미리 지정하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씩 종이책 디자인하듯 편집을 하는거죠. 처음에는 아이패드 세로를 기준으로 작업을 하겠죠? 그러다가 아이패드 가로 버전을 떠올리고 '멘붕'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입니다. 아이폰은 또 어떻게 하죠? 결국 아이폰/아이패드 가로/아이패드 세로 버전을 각각 동일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나씩 만들 수 밖에 없습니다. 아, 안~돼~에~


국내의 앱북이나 잡지 앱 제작 업체 중에서도 (2)번 문제를 힘든 노가다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앱북이라 했을 때에는 뭔가 디자인 품질이 좋아야 할 것 같은데, 고품질의 디자인 레이아웃을 표현할 기술력이 없다보니 그냥 디자이너의 생노가다로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죠. 그 결과 한페이지 한페이지를 각각 이미지로 제작한 앱북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안쓰러운 일이었습니다. 아이폰/아이패드 세로/아이패드 가로 모두 이미지로 제작하다니, 그 무모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앱의 특징은 우선 사이즈가 크고, 레티나 해상도를 지원하지 못하며, 하이라이트(밑줄긋기)나 링크 걸기 등의 기능을 추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위의 (3)번 문제가 이런 면에서 발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책 내용에서 한 단락이 사라지거나 추가될 때 모든 페이지의 이미지를 다시 수정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출판사에 더 이상 오탈자 수정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온 앱북 업체도 있다고 하니 할 말이 없을 뿐입니다.


결국 문제는 고품질 디자인 레이아웃으로 앱을 만들려고 하면 "fixed layout"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아이폰/아이패드 가로/아이패드 세로에서 각각 편집을 하려고 하니 죽을 맛이라는 겁니다. 당연히 비용도 많이 들게 되고, 디자이너가 크리에이티브한 작업보다는 단순 노가다를 반복해야하니 회사를 떠나는 것도 그럴만 합니다.


그래서요? 이런 이유 때문에 앱 모델이 실패했나요? 실패한 건 상상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기존 잡지(앱북) 솔루션일 뿐입니다. 디자이너나 편집자에게 노가다를 요구하는 솔루션은 정말이지 어휴~ 이 지점에서 '역시 해결책은 ePub 밖에 없다'라고 생각하셨다면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주셨으면 합니다. ePub은 여전히 디자인 레이아웃이 안 예쁘잖아요.


그럼 이제부터 깔때기 타임입니다. 북잼의 BXP 포맷은 "fixed layout" 방식처럼 노가다로 만들지 않습니다. 이미지로 제작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종이책 편집과 거의 유사한 디자인 레이아웃을 여러 해상도에 따라 자동으로 만들어냅니다. BXP로 전자책을 제작할 때, 보통의 책들은 한사람이 하루면 아이폰/아이패드 가로/아이패드 세로 버전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각각의 버전을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서 한 번의 작업으로 끝이 납니다. 아무리 복잡한 종이책 레이아웃이더라도 1주일을 넘기지 않습니다. 아래 그림들은 북잼의 BXP 포맷으로 제작한 전자책 스크린샷입니다.









언제나 중요한 건 상상력과 기술력입니다. 실패라는 단어는 모든 상상력을 다 동원해본 뒤에 사용해도 늦지 않습니다.


추가) (3)번 문제가 웹 상에서 앱 내의 기사로 하이퍼링크할 수 없다는 거라면 그건 정말 기술력이 없어서 입니다. 그렇게 하는거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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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일일공이